모임의 명칭과 목표
오늘날 우리말에서 ‘횡설수설’(橫說竪說)은 조리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장자>에 나오는 ‘횡설종설’(橫說從說)에서 드러나듯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종으로 횡으로 가로질러 가며 다른 사람을 깨우친다는 뜻이다. 종(혹은 수)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탐색의 깊이를, 횡은 다종다양한 사물을 포괄하는 탐색의 폭을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이 주자의 사서집주를 논하는 정몽주의 말에 대해 “몽주의 논리는 횡설수설하여 이치에 안 맞는 것이 없다.”고 평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모임을 ‘횡설수설’로 부르며 뜻하는 바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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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횡설수설 읽기. 어느 한 분야, 어느 한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동서와 고금을 그야말로 종횡무진해보자는 것이다. 사유의 바다는 넓다. 그런 종횡무진은 우리에게 폭넓은 시야와 유연성을 가져다 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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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횡설수설 말하기. 오늘날의 의미로 횡설수설해 보자는 것이다. 불필요한 권위나 타성, 어려운 목표나 점수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을 개진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본래 의미의 횡설수설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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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횡설과 수설이 만나기. 이렇게 두 의미 모두에서 ‘횡설수설’ 읽고 말하다 보면,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가로질러 읽고 자유롭게 생각과 말을 만들어가다 보면, 동과 서가 옛것과 새것이 만나게 되고, ‘횡설수설’이라는 말의 역사에서 잘 드러나듯 세상 사물이나 그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변화 이면에 불변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등에 대해 좀 더 깊은 성찰을 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모임의 내용과 특징
동서고금의 인문학적 성찰이나 정보를 담은 문헌 자료들 가운데 적당한 것을 골라 읽고 토론한다. 문학, 역사, 철학 가운데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기보다 각 분야들을 넘나들 수 있는 독서와 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로 인문학 고전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우리들 자신과 삶과 세계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인 한, 다루게 될 텍스트에 제한은 없다. 학기마다 읽을 텍스트를 정해 매주 2시간 가량씩 만나 미리 읽어 온 내용을 토대로 함께, 정리, 토론한다. 이제까지 시도해 본 텍스트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1장,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서문, 플라톤의 <국가> 1-2권,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1권(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등이다.
학점이나 시험 등에 대한 부담 없이 정규 강의에서와는 다른 순수한 재미와 교양을 키워 보자는 모임이어서 회원에 대한 제한도 없다. 연세 지긋한 일반 시민, 졸업 후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 대학원생, 다른 대학 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회원들이 참가하며, 본교생들의 경우도 인문대학 외에 사회대학이나 자연계열의 여러 단과 대학 학생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소속과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회원의 이런 다양성이 이 모임의 논의를 ‘횡설수설’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학기 모이고 끝나는 단발성 모임, 선생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모임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히 만나 소통하는 모임, 회원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서로 나누는 모임으로 정착하게 되길 기대한다.